2009년 11월 01일
과거 교리시간의 의문(에 이은 상식론에 대한 불만)
천주교인인 나는 가끔 교리시간마다 몇 가지 궁금증을 가진 바 있다.
예를 들자면 반복반복 거듭 반복되는 선민종족 이스라엘에 대한 약속을 왜 한민족인 우리에게 주어진 약속처럼 생각하는지.
(구약은 물론이고, 신약에서도 적어도 4대 복음서 부분에서는 그렇다. 예수께서는 직접적으로 자신이 이스라엘을 위해 왔다고 하며, 이민족을 개 취급하셨다-_-; 물론 신학자들은 이를 믿음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라 하지만, 그렇다면 왜 세리와 가난한 이들에게는 그런 시험이 없었을까?)
(참고: 마태복음 15장)
또 영혼 영혼 말하는데 그럼 사람 이외의 생명체에게는 영혼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만약 사람 이외의 동물에도 영혼이 있다면, 그럼 식물들은 어떤지.
....이런 식으로, 실제 기적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부분은 "응, 기적이구나" 하고 넘어가면서, 오히려 별 쓸데없는 부분에 있어서 엄밀한 논리가 성립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다. 말하자면 이건 내 나름의 정합성에 대한 관념이다. 물론 종교라는 관점에서는 별 쓸데없는 시각인 건 분명하다-_-; 그러나 교리가 하나의 "이치" 로서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전 낙태에 대해 쓴 아랫글에서 J_H_Lee님께서는 논의의 기초로서 " 사회(특히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적인 기준" 을 이야기하셨다. 사실, J_H_Lee님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타당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또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기준에 입각한 태아에 대한 가치판단이므로.
하지만 나는, "상식" 이라고 지칭할 만한 그런 "기준" 에 대해 불만이 많다. 그것은 더 이상의 논의를 낳지 못한다. 그것이 상식이라고? 그것은 그저 다수라는 입장을 통해 논의를 중단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그 상식이란 것이 별달리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지 못하다면, 왜 그것을 납득하고 나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는 상식이란 오히려 더욱 엄밀한 논리적 결과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 "상식" 이란 것에 확고한 논리 혹은 정당성을 주지 않은 채 그냥 그런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의 교리를 타인에게 설파하는 것과 같다.
물론 법에 의해 그 상식이 강제력을 갖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간이 공동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그러한 행동을 하면 패털티가 부여된다 안된다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행동에 패널티를 부여해야 하는가 하지 않아야 하는가의 문제에 있어서, 기존의 상식의 문제가 아니라 제로의 상태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상식의 문제로 치환해버리면 현재 상태가 다른 모든 대안들에 있어서 우위에 서기 쉽다.
솔까말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사실 헌법재판관님들도 그런 분들이다. 그 분들은 과거 행정수도 위헌 판결에 있어서 수도가 서울이라는 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인지하고 인정하는 사실로서 운운했는데, 그럼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는 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인지하고 인정하니 그것도 관습헌법이라고 할 노릇 아닌가. 이런 상황이니 인터넷에 서식하는 나님이나 너님이 좀 모른다고 욕먹을 건 없다. 그러나 "당위" 의 이야기에 "상식" 을 들먹인다면 왜 그것이 당위인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좀 피곤해지지 않겠나?
# by | 2009/11/01 19:37 | 창문 | 트랙백



